
풍요로운 한가위 명절의 이면에 감춰진 가정 내 안전 위험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만들고 정을 나누는 화기애애한 공간인 주방과 식탁이 자칫 방심하는 순간 순식간에 응급실로 직행하는 위험 지대로 변모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청장 임승관)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개년간 집계된 응급실손상환자심층조사 자료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조리와 식사 과정에서 화상, 베임 및 열상, 음식물 섭취로 인한 기도폐쇄 사고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화로워야 할 명절 연휴가 순식간에 돌이킬 수 없는 신체적 손상으로 얼룩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통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중 가정 내 화상 환자는 하루 평균 8.9건에 달해 평상시의 4.0건 대비 무려 2.2배(122.5%) 급증했다. 특히 화상 피해 장소의 77.4%가 주방에 집중됐다. 성별로는 주방 조리를 주로 전담하는 여성 환자 비율이 63.2%에 달해 평소(56.0%)보다 7.2%포인트나 치솟았다. 화상 유발 원인으로는 펄펄 끓는 국물이나 조리용 기름 등 뜨거운 액체에 의한 사례가 64.7%로 압도적이었으며, 달궈진 프라이팬이나 냄비 등 고체 접촉 화상이 26.3%로 그 뒤를 이었다.
식재료 손질과 설거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날카로운 도구에 의한 자상 및 열상 피해도 위험 수위를 넘나들었다. 베임 사고는 연휴 기간 하루 평균 42.3건이 발생해 평소(22.8건)보다 약 1.9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42.8%가 부엌 공간에서 일어났으며, 특히 손상 원인의 41.4%가 조리 후 설거지 및 청소 작업 도중에 집중됐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17.6%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고, 50세 이상 중장년층 전체 비율이 38.9%에 달해 집중적인 주의가 요구된다. 믹서기 칼날 세척 중 손가락 부상, 설거지통 속에 담긴 칼이나 유리 조각에 손을 베이는 사고, 조리 중 채칼 오작동 등이 대표적 사례다.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식사 중 발생하는 ‘기도폐쇄(음식물 목 걸림)’ 손상이다. 연휴 기간 기도폐쇄 사고는 하루 평균 0.5건으로 평소(0.3건) 대비 1.7배 늘어났다. 충격적인 사실은 전체 환자의 85.7%가 60세 이상 고령층이라는 점이다. 또한 전체 사고의 85.7%가 음식물 섭취 중 일어났으며, 병원으로 이송된 기도폐쇄 환자의 57.1%가 단순 처치에 그치지 않고 중환자실 및 일반 병동 입원 치료로 이어졌다. 연하곤란(삼킴장애) 병력이 있거나 치아가 부실한 고령자가 송편, 인절미, 질긴 갈비 등을 섭취하다가 호흡 곤란을 겪는 위급 상황이 빈번하게 보고됐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조리 및 식사 단계별 안전 수칙을 철저히 숙지해야 한다. 화상 예방을 위해 압력밥솥의 증기를 배출할 때는 증기 배출구와 얼굴의 거리를 충분히 유지해야 하며, 튀김 요리를 할 때는 주변 기름튐과 바닥 미끄럼 방지에 유의하고 어린아이의 주방 접근을 통제해야 한다. 칼이나 믹서기 등 날카로운 도구를 다룰 때는 싱크대 바닥에 식기를 겹쳐 두지 말고 별도로 분리하여 세척해야 하며, 전자기기는 반드시 전원 플러그를 뽑은 상태에서 날을 분리해 세척해야 한다.
고령자와 영유아가 음식을 섭취할 때는 반드시 보호자의 관찰 하에 식사를 진행해야 한다. 송편, 찰떡, 고기류 등 점도가 높거나 질긴 음식은 가위로 잘게 잘라 한 입 크기로 천천히 꼭꼭 씹어 먹도록 유도해야 한다.
만약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숨을 쉬지 못하는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대처가 생사를 가른다. 성인 및 1세 이상 소아의 경우 환자의 등 날개뼈 사이를 손바닥 하단(손꿈치)으로 강하게 5회 두드린다. 이 조치로 이물이 나오지 않으면 환자의 등 뒤에서 허리를 감싸 안고 한쪽 주먹을 쥔 손을 배꼽과 명치 사이에 위치시킨 뒤, 다른 손으로 주먹을 감싸 쥐고 복부를 안쪽 상방으로 강하게 5회 밀쳐 올리는 복부 밀어내기(하임리히법)를 시행해야 한다. 다만 1세 미만 영아는 복부 장기 손상 우려가 크므로 복부 압박을 금지하고, 머리를 아래로 낮춘 자세에서 등 두드리기 5회와 가슴 중앙 압박 5회를 교대로 반복해야 한다.
화상을 입었을 때는 즉시 장신구를 제거하고 흐르는 깨끗한 미온수나 찬물로 15분 이상 열기를 식혀야 한다. 직접 얼음을 환부에 대거나 소독되지 않은 연고, 소주, 된장 등을 바르는 민간요법은 감염 위험을 초래하므로 금물이다. 심한 베임 사고로 출혈이 멈추지 않을 때는 멸균 거즈나 깨끗한 천으로 환부를 직접 압박하고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명절 기간에는 과중한 가사 노동과 음식 조리, 섭취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안전 불감증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즐거운 명절의 시작과 끝은 가족 구성원 전체가 주변의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점검하고 서로의 식사 속도를 세심하게 살피는 배려에서 출발한다.
가장 평온해야 할 보금자리가 순간의 부주의로 인해 응급실로 바뀌지 않도록, 가족 구성원 모두가 조리 공간의 안전 동선을 확보하고 식사 중 부모님과 아이들의 섭취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하는 체계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