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해안을 따라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돈대.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군사시설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름 없이 그곳을 지키고 지나갔던 사람들의 삶이 머문 공간이다. 그 시간을 글과 그림으로 되살린 그림책 『강화도 돈대 이야기』가 출간됐다.
콘텐츠 인터체인지가 펴낸 『강화도 돈대 이야기』는 강화도에 남아 있는 열 곳의 돈대를 직접 답사하며 탄생한 작품이다. 역사적 사실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문화유산 안내서와 달리, 돈대를 쌓고 지키며 살아갔던 사람들의 마음과 풍경을 상상으로 풀어낸 감성 그림책이다.
책에는 건평돈대의 '돌 틈에 채워진 간절함', 굴암돈대의 '반달이 품은 두 군인', 용두돈대의 '손돌목 여울의 울음', 초지돈대의 '소나무가 간직한 상처', 분오리돈대의 '노을이 그린 평화', 월곶돈대의 '하나 되길 바라는 마음' 등 열 개의 돈대가 각기 다른 이야기와 감정으로 그려진다. 장소마다 남겨진 역사와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강화도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게 된다.
글을 쓴 킥 작가는 평소 풍경을 찾아 강화도의 돈대를 자주 걸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장소를 수백 년 전에도 누군가가 바라보고 서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부터 돈대는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시간을 품은 공간으로 다가왔다고 말한다. 작가는 "바람 속으로 사라졌을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그 마음을 책에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림을 맡은 하정주 작가는 오래된 도자기의 균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듯 시간의 흔적을 담백한 선으로 표현했다. 그는 "하얀 종이 위의 작은 선 하나가 바다가 되고 바람이 된다"며 "돈대를 그리는 과정은 오래된 돌담의 틈을 바라보는 일이었고, 동시에 내 안의 균열을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절제된 펜 선과 여백은 오래된 돌담이 간직한 시간과 공간의 깊이를 조용히 전한다.
『강화도 돈대 이야기』는 어린이와 성인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기획됐다. 초등학교 3·4학년 사회과 교육과정의 지역사와 문화유산 학습 자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가족 단위 독서나 지역문화 탐방의 길잡이 역할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책 말미에는 작품에 등장하는 열 곳의 돈대 위치를 표시한 지도와 주소, 현장 사진을 함께 실어 독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걸어볼 수 있도록 했다. 책 속 이야기를 따라 실제 돈대를 방문하며 역사와 풍경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특징이다.
콘텐츠 인터체인지는 강화도의 돈대가 단순한 군사유적을 넘어 사람과 시간이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책, 교육, 체험, 문화예술 활동으로 확장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화도 돈대 이야기』는 2026년 가천 문화예술 지원사업에 선정돼 가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